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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살까?
잠든 아들 얼굴을 가만히 본다. 아빠의 마음도 나와 같았을까? 가슴 속 무언가 저릿한 느낌, 책임감인지 사랑인지 뿌듯함인지 정의할 수 없는 어떤 감정. 내 아들을 보며 아빠의 삶을 거꾸로 더듬어 본다. 후회가 밀려온다. 그리고 지금, 잘 해야지.. 조금씩 나도 아빠가 되어 가고 있다. 이제, 남은 내 삶에서 계속된 새로운 도전이다.
부모들이 가치관 교육을 놓아버렸지만 아이들은 매 순간 다양한 가치관을 접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간은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지 배운다. 부모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에게 가치관을 전달한다. 부모의 생각이 아이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삶의 방식, 매순간의 선택과 반응이 아이에게 가치관으로 전달된다. 지금 우리는 부모로서 아이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있을까? 부모의 행동은 종합되어 아이에게 다가간다. 아이도 단순하지 않다. 단편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전체로서 부모를 본다. 자기가 경험한 것뿐 아니라 주변 다른 사람의 해석에도 영향을 받는다. 다만 부모의 의도는 전달되지 않는다. 아이는 경험한 것만 느..
#1 단순히 필기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도록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두 발로 대지를 단단히 딛고 서서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고, 자신을 항상 연마하여 자기실현에 도전하는 아이, 분명한 의지를 갖추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아이, 대자연을 경외하고 주위와 조화를 이루며 전체 가운데 적절하고 조화롭게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고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아이, 감수성과 창조성이 풍부하고 호기심이 왕성하여 창조의 기쁨을 아는 아이, 이러한 아이로 키울수 있는 교육이 바람직하다. #2 압축적 근대화가 추진되는 동안 학교 교육은 지식 전달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졌다. 교사는 교과서의 지식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학생은 순응적으로 지식을 받아들이면서 서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이다. 이를 얼머나 잘 수행하였는..
아빠 같은 아빠라도 될 수 있을까.
수학여행 사전 답사를 다녀왔다. 20대의 많은 추억이 담긴 제주도, 지금 아내와의 추억이 있는 30대의 제주도. 그래서 뭉클했다. 위로를 주었던 곳, 때로는 도피하러 갔던 곳. 제주도에서 지나쳤던 골목 골목길들, 유명하지 않은 어느 동네 카페들, 북적이거나 조용했던 게스트하우스들, 그때 그때마다 달랐던 바람냄새들. 그런 것들이 기억나서 아련했고 뭉클했었던 것 같다. 그때는 앞날이 그렇게 불확실해서 불안했었는데. 어느덧 지금은… 세월의 다양한 흔적이 있는 여행지는 그래서 아름다운가보다.
세 살 아들을 온전히 내 힘으로 재웠다. 아내가 약간의 감기 증상이 있어 평소와는 달리 내가 아들 밤잠을 전담한 셈이다. 지금껏 아들과 많은 상호작용을 하며 놀았다고 자부한다. 늘 내게 달라 붙고 방방뛰며 방긋방긋 반응해 준다. 더욱이 엄마라는 단어보다 아빠라는 말을 더 많이 내뱉는다. 그러나 밤잠을 잘 때 만큼은 엄마 품이 좋았는지, 밤잠 투정은 여간해서는 내가 다독일 수 없었다. ... 아니 노력을 안 했던 것 같다고 오늘 결론을 내렸다..! 엄마가 집에 없으면 충분히 울지 않고 나 혼자 재울 순 있지만, 같은 공간에 엄마가 있다면 잠투정이 심한 아들이다. 그러나 오늘은 내가 작정하고 아들을 재우길 시도했는데, 10분 정도 만에 곯아 떨어지게 만들었다. 너무 뿌듯했다. 어느 육아 서적에선가 티비 프로..
올해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과 업무를 맡으며 정신없는 한해를 보냈다. 기간제 시절 일과 3년을 내리 하고, 이제 내 교직 업무에 수업계는 없을 거라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다는 듯이. 아마도 지금까지의 여러 정황으로 보았을 때, 퇴직한 교장과 지금의 교장의 합작품인 듯 하다. 나를 관망했다나 뭐라나.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야. 첫 눈에 딱 알아봐야지, 안 그래? 나 정도 사람을 단박에 알아 보지 못했다면 그거 문제 있는 거다. 아무튼 평소 성질 다 죽이고, 직장에서는 딱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을 지키며 나름 잘 해내왔다고 생각한다. 아들은 무럭무럭 잘 자란다. 아들이 커 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게 가장 큰 행복이다. 그리고 가끔씩 우리 부부에게 주어지는 휴식 시간, 데이트 시간은 그야말로 꿀 같은..
평소 삶의 '태도'를 중요하게 여기던 내게, 운명처럼 다가온 책이다. 뉴스를 보던 중 베스트셀러에 대한 소개로 스쳐 지나갔던 장면에서 나는 라는 제목이 확 와닿았다. 2022학년도 여름 방학에 꼭 읽겠노라 다짐하던 차에 학교 내 사회과 모임에서 사제동행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결정되었고, 나는 서슴없이 이 책을 선정하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평소 축구를 좋아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던 내게 안성맞춤의 책이었던 것이다. 임용 합격 후 삶의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나은 아들을 키우며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사는 대로 생각하며 지내던 나에게 정신적인 휴식을 줄 지도 모르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여름 방학 중 단 며칠 만에 책을 읽었고, 읽는 도중 울컥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
아들이 태어난지도 곧 있으면 두 달째다. 나를 쏙 빼닮은 녀석이 울고 웃는 모습을 보면 설명하기 벅찬 감정이 치솟지만, 나 자신이 체력적으로 힘들 때는 가끔씩, 엉엉 우는 내 아들 녀석이 내 마음을 몰라준다며 스스로 지치기도 한다. 그러나, 나보다 더 고생하는 내 아이의 엄마를 보면, 늘 코끝이 먼저 찡해진다. 특히나 내가 아침에 출근할 때, 그녀는 앉아서 불편하게 등을 기대고, 아이를 가슴에 품어 지쳐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더욱 그렇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예쁜 여자가, 우리가 만든 아이를 돌보느라 자신을 가꾸지도 못하고, 화장실도 제때 가지 못하며 밥도 잘 챙겨먹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별 볼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날 믿고 인생을 함께 하기로 감히..
다사다난 했던 2021년의 막달을 보내면서, 이제부터라도 기억을 더듬고, 최근에 있었던 일을 기록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힘들었던 시간들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는 중인데, 올해는 많은 업무를 맡아서 정말 힘들었다. 지금은 방전이 되어 아무 의욕도 없는 상태다. 요즘 가끔은 후회를 한다. 그리고 내가 지금 있는 이 곳을 원망하며 자주 비난하곤 한다. 리더십이 부재한 학교장, 건성건성 듣고 대뜸 큰소리치는 교감, 중간 이음새 역할과 교통정리를 잘 못하는 것인지 일부러 안 하는 것인지 그 심중을 파악하기 힘든 우리 부장, 자기 일처리 하기 바쁜 다른 부장들, 그 속에서 편안하게 그리고 조용히 지내면서 방관하는 연식이 오래된 사람들. '나만 아니면 되지, 그런건 내가 할 일이 아니야'가 느껴지는 부동의 기간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