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살까?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손웅정)를 읽고 본문
평소 삶의 '태도'를 중요하게 여기던 내게, 운명처럼 다가온 책이다.
뉴스를 보던 중 베스트셀러에 대한 소개로 스쳐 지나갔던 장면에서 나는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라는 제목이 확 와닿았다. 2022학년도 여름 방학에 꼭 읽겠노라 다짐하던 차에 학교 내 사회과 모임에서 사제동행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결정되었고, 나는 서슴없이 이 책을 선정하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평소 축구를 좋아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던 내게 안성맞춤의 책이었던 것이다. 임용 합격 후 삶의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나은 아들을 키우며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사는 대로 생각하며 지내던 나에게 정신적인 휴식을 줄 지도 모르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여름 방학 중 단 며칠 만에 책을 읽었고, 읽는 도중 울컥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기회는 준비가 행운을 만났을 때 생긴다" 라는 문구를 자주 접했었지만, 요즘 같이 절실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 지난 2020년, 내 인생의 7번째 중등 임용 시험에서 합격한 후 나는 이 모든 것이 나만의 노력과 실력으로 얻어낸 값진 결과라고 생각하며 한동안 붕 떠있었던 것 같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여러 다양한 서적을 읽고 나에게 위안이 되는 문구를 자양분 삼아 버틴 지난 7년 간의 세월 속에서 나는 단단해졌었지만 한편으로는 확증편향 같은 것도 있었음을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주변에서는 대단하다, 그 어려운 걸, 니가 해냈다고? 등등 다양한 반응이 있었고 나는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어쩌면 거기에 취해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내 인생에서 가장 노력했던 목표를 이뤄낸 이후, 나는 한동안 인생의 큰 목표 없이 살고 있었는데 무언가 늘상 돌아서면 공허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나의 합격과 내 가정, 그리고 축복처럼 찾아온 아들 이 모든 것이 어쩌면 나의 노력과 실력만이 아닌 대부분이 행운으로 주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바뀌어 갔다. 나는 이 책에서 '기회는 준비가 행운을 만났을 때 생긴다"라는 문구를 다시 만났고 바뀌어가던 내 생각은 이제 확신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지난 2년을 뒤돌아 본다. 학교에 처음 와서 나를 시기질투하며 어디 니 실력 한번 보자 같은 생각을 하던 사람들에게 니 까짓게 무슨 나한테 비빌 실력이 되겠냐 하던 마음을 먹던 지난날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교만하고 오만했던 것 같다. 지난 나의 모든 준비는 그저 2020년에 행운이 조금 더 많이 따라주었기 때문에 결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정말 많은 공부를 했고 웬만한 전공 서적들은 꼼꼼하게 읽어서 날카롭다고 생각했던 내가 고작 2년이 지난 지금, 서서히 무뎌지는 세계사의 세세한 내용지식들 앞에서 나는 숙연해진다. 많이 알 수록 겸손해져야 한다고 했던가.
나는 한동안 작은 성공 안에서 취해 길을 잃고, 헤메고 있었다. 책의 저자 손웅정은 "성공에 취해 자만하지 말고 나의 성장을 위해 그동안 했던 모든 것을 잊고, 그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삶에서 갖춰야 할 기본"임을 이야기 한다. 나는 오늘에서야 완전히 지나간 작은 성공을 잊기로 했다. 그리고 새로운 삶의 목표를 설정하려 한다. 아직 많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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