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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축구

EPL 15/16 시즌 종료

역사하는사람 2016. 5. 16. 02:20

"축구는 돌고 또 돈다. 항상 또 다른 시즌이 있다. 5월에 끝나도 8월에 다시 시작하니까 말이다"

-영화 <피버피치> 대사-


매시즌 그렇지만 이번 시즌은 유독 각 팀마다 내러티브가 많았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간에 각 팀마다 다양한 내러티브들을 쏟아냈고, 그것이 축구팬들의 일상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굳이 여기서 레스터시티의 우승이야기와 이제는 먼 이야기가 된 듯한 첼시와 무리뉴의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Arsenal FC의 이번 시즌은 참 다사다난했다. 그러나 마지막 38R에서 그야말로 최고의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이건 이 클럽의 팬들에겐 감동의 이야기이며 레전드들을 떠나보내는 데 있어서 이보다 감격스러운 상황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벵거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 Arsenal은 토트넘보다 아래의 순위로 시즌을 마감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마지막 38R를 앞두고 토트넘에 이어 3위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팬들이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오늘 마지막 경기로 인해 극적으로 1점 앞선 채 2위로 시즌을 마감할 수 있었다. 최소한 런던에서 토트넘에 대해 자존심은 지킬 수 있었다.

또한 아스날의 No.7 레전드 토마스 로시츠키가 2006년 입단한 이후로 10년을 보낸 이 곳에서 '아스날 선수로서의 은퇴식'을 가졌다. 그리고 오늘 올리비에 지루가 2번째 골을 넣고 선발 선수들 모두가 벤치에 있던 로시츠키에게 달려가서 그 골을 바쳤다. 레전드에 대한 셀러브레이션이었고, 이것을 지켜보는 모든 팬들은 아마도 나와 똑같은 감정이었을 것이다. 가슴이 먹먹했고 눈물이 고였다.


로시츠키는 모든 팬들에게 사랑받는 미드필더였다.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은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그가 다른 곳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며 마무리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는 도르트문트에 이어 '아스날맨'으로서 언젠가 다시 아스날로 돌아와 후진양성에 한 역할을
했으면 하는게 개인적인 내 바람이다.
로시츠키와 관련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지만 오늘은 감정이 너무 격해져서 여기서 줄여야겠다. 다음 번에 제대로 한 번 다루어 볼 생각이다.



그리고 Arsenal의 캡틴 미켈 아르테타. 세스크와 나스리가 책임감 없이 클럽을 등지고 떠난 후 혼란스러웠던 이 클럽에서 중심을 잡아주며 경기장 안팎에서 리더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선수이다. 캡틴은 마지막경기에서 교체로 들어왔고, 90분에 골까지 넣었다. 그야말로 마지막 경기로써 최고의 순간이었다. 골을 넣고서부터 아르테타느는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종료휘슬이 울리자 캡틴은 더더욱 감정이 복받쳐 올랐고 울었다. 남자의 눈물이었다. 팬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캡틴을 응원했고 그렇게 4년 동안 중심을 잘 잡아준 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고 전술이해도나 선수들과의 소통능력도 좋기 때문에 향후 훌륭한 감독이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 감독으로서의 아르테타를 보게 된다면 정말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다. 오늘 그의 눈물은 최근 요 몇년간 아스날 캡틴들이 클럽을 떠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비춰졌기 때문에 더욱 나를 먹먹하게 했다. 이 선수는 Arsenal FC라는 클럽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 아르테타는 떠나지만, 팬들에게 그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언제라도 그가 돌아오는 것을 진심으로 반겨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플라미니가 떠난다. 그 역시 다시 아스날로 돌아와서 2번의 FA컵을 우승하며 회한의 우승컵에 대한 갈증을 풀긴 했지만, 당초 아스날과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는 리그우승컵은 획득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과감한 투자로 놀라운 회사를 경영하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든지 아스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 특히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에 팬들에게는 선수로서 기량이 상당히 하락했다는 혹평을 받아 비난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으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가 아예 없었던 것보다는 나은 상황이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준 세 명의 노장 선수들에게 감히 아스날의 레전드라는 호칭을 붙여줘도 될 것 같다. 현대축구에서 로맨스는 점차 사라지고 있고 로맨스가 이 세 선수들에게 꼭 맞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Arsenal FC 이 클럽의 상황을 잘 아는 오래된 구너들이라면 이 세명의 노장 선수들을 레전드라 부르는 것에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시즌은 끝났고 이것과는 별개로 내일은 또 일상생활이 시작되겠지만, 곧 이적시장이 열리고 시즌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울고 웃고, 환호하고 소리치고, 화내기고 하는 매주 하루의 90분이라는 순간은 언제나 소중했다. 아마 다음시즌도 그럴 것 같다.